[전문가 기고] 지구온난화와 수은방출 위험
북극은 세계 어느 곳보다 지구온난화 및 기후변화에 가장 민감한 최전선이다. 이는 기온의 상승에 따른 지상 얼음(빙하와 해빙)과 지하 얼음(동토)의 녹는 정도가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 연구 결과는 우리에게 지구 온난화에 대한 경고로 다가 온다. 올림픽 규격의 수영장 23개를 채울 수 있는 세계 최대의 수은 매장지가 북반구 동토층이라고 한다. 즉, 약 5700만 리터의 수은이 캐나다, 알래스카, 시베리아, 중국 티베트고원의 동토층에 매장돼 있다. 이는 전 세계 토양, 공기, 바다 등에 있는 수은 양의 2배에 해당되는 것이다. 매년 약 200t의 수은이 북극해로 유입된다는 사실도 최근 밝혀졌다. 석탄을 태우고, 금속을 채굴하고, 쓰레기를 소각하는 것처럼 인간의 활동으로 대기 중으로 수은이 방출된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동토층이 자연 환경에서 ‘중요한 수은 공급원’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사실 이들 연구 전까지 동토층에 무엇이 얼마나 저장되어 있는지 또한 동토의 융해가 지구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었다. 수은은 자연적으로 발생해 순환하는 독성 오염물질이다. 토양에 축적되고, 철이나 마그네슘과 같은 영양소를 통해 식물에 유입되고, 유기물에 결합해 존재하기도 한다. 즉, 식물이 죽어 토양에 묻혀 동토층에 얼어 저장되면 수은은 시간과 함께 점차 축적되어 간다. 수은은 메틸수은 형태일 때 사람과 동물에게 위험할 수 있다. 동토층에 얼마나 많은 메틸수은이 갇혀 있다가 융해로 빠져나가는지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토양 미생물은 메틸수은을 함유한 유기물을 섭취해 수은을 체내 흡수한다. 동토 융해로 북극해로 유입한 수은은 먹이사슬을 통해 직접인 피해를 사람과 동물에게 준다. 이로 인해 운동 장애 및 선천적 기형과 같은 신경학적 문제를 야기시킨다. 알래스카 원주민 연합회의 과학 책임자는 “(수은 문제는) 원주민 사회와 어로 식량 자원에 의존하는 부족에게 매우 큰 관심사이자 생존문제다”라고 우려했다. 또한 동토층에서 침출되는 수은이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보도 부족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동토층이 얼어 있는 한 이러한 문제는 무시할 수 있다. 하지만 기후 변화 및 북극 온난화로 동토가 융해될 때는 얼마나 많은 수은이 언제, 어디서 방출될 것인지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동토층의 융해로 얼어 있던 메틸수은이 강을 통해 북극해로 유입되고 있다. 알래스카 내륙 인디언은 강을 역류한 연어 등의 어류를 훈제해 긴 겨울철 단백질을 보충하고 연안의 에스키모는 고래와 바다 동물을 수렵한다. 이들 원주민은 육상 동물도 수렵해 식용한다. 조상 대대로 어로와 수렵활동으로 살아 온 이들 원주민들에게 동토층 융해로 인한 수은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얼마나 큰 해를 가져다 줄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연구가 필요하다. 인간뿐만 아니라 북극곰, 파일럿고래, 일각고래, 흰돌고래, 물개, 바닷새 등의 동물이 고농도 수은에 노출되는 것도 우려할 만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동토의 해빙은 생태계와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수은 방출이다. 기후변화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대처하는 전 인류의 노력이 필요한 때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그스 교수전문가 기고 지구온난화 수은방출 수은 문제 수은 매장지 수은 공급원